작품소개
“저 검술 사관학교에 보내 주세요.”
필리나의 목소리에 한순간 주변의 공기가 적막하게 가라앉았다.
그녀의 옆에 서 있던 로라가 경악하는 얼굴로 필리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다가 이내 삐딱한 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미친 게로군.”
그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작게 입꼬리를 올린 필리나가 차분하게 읊조렸다.
“저는 진심이에요, 아버지.”
*
『세실리아의 꽃』
19금 피폐 역 하렘 소설에 빙의했다.
그것도 못된 짓만 골라 하다가 결국 사형에 처하게 되는 희대의 악녀, 필리나 드뷔시로.
죽음을 피하고자 어떻게든 도망쳐 봤지만,
어느덧 네 번의 죽음을 맞이하고, 다섯 번째 삶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 보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죽음을 피하려고 도망만 쳐 왔다면,
이번에는 당당히 맞서 싸워 내자고.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죽을 목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하게 연명해 볼 작정이었다.
분명 그랬건만,
차디찬 시선과 냉담한 반응을 일삼던 황태자가 안달한다.
아픈 과거를 숨긴 흑막은 알 수 없는 시선을 보내오며,
소심하고 겁이 많던 여주는 어쩐지 필리나와의 관계에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반복되는 삶에 지친 필리나는 그저 죽음뿐인 결말을 바꾸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끝내, 사람을 죽이게 될지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