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로젤라인은 제국 제일의 기사인 대공 멜키오르에게 결혼당했다.
“저에 대해 모르시잖아요.”
“내가 그대를 구하고 싶어.”
목숨도 구해 주고, 가족도 구해 주고,
빚까지 갚아 준 데다 결혼까지 하려 하는 남자.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해 주는 이유가 뭘까?
“그대는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을 닮았거든.”
로젤라인과 똑같이 생겼다는 멜키오르의 첫사랑.
자신은 단지 첫사랑의 대역일 뿐이라 생각해 의기소침하던 차,
로젤라인은 남편의 어린 시절을 쏙 빼닮은
율리안을 제자로 들이게 되는데…….
“제가 지켜 드릴게요. 더는 그 남자한테 가지 마세요.”
두 남편과 전부 결혼하면, 어떻게 되지?
미리보기
“계약이니까, 부부의 의무도 이행해야 하나요?”
“의무?”
멜키오르는 로젤라인을 구속할 생각은 없었지만, 명실공히 대공 부부이니 지위에 걸맞은 언행과 태도를 보일 필요는 있었다.
“의무는 물론 이행해야지.”
로젤라인의 표정을 살피기 위해 멜키오르가 한 발짝 다가가 몸을 숙이자, 로젤라인이 흠칫거리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깍지 낀 손은 그대로지만, 맞잡은 손에 땀이 난 듯했다.
“멜키오르, 전 아직, 잠깐만요.”
“왜 그러지, 로젤라인?”
“아뇨, 잠깐만, 잠깐…… 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던 로젤라인은 침대 발판에 걸려 뒤로 쓰러졌다. 뒤에는 푹신한 매트가 있었기에 넘어져도 아프지는 않았다.
문제는 등 뒤가 아니라 눈앞에 있었다.
“로젤라인, 괜찮은가?”
한쪽 손은 깍지를 낀 채로, 다른 한쪽 손은 그녀의 머리 옆 시트를 짚은 채로, 멜키오르가 그녀의 몸 위를 덮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온 달빛이 넓은 등에 가로막혀 그녀의 위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는데!’
비록 서류에 사인을 해서 공식적으로 부부로 인정받은 사이라 할지라도, 부부의 첫날밤은 식을 올린 이후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바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준비도 없이 첫날밤이라니. 로젤라인은 난감해졌다. 그러나 멜키오르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로젤라인…….”
이렇게 가까이서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던가?
발코니에서 대화를 나눌 때보다도 얼굴이 더 가까웠다. 서 있을 때는 바람에 자유분방하게 나부끼던 붉은 머리카락이 지금은 침대 시트 위에 흐트러져 있었다.
그 모습이 묘하게 매혹적이었다.
쿵.
쿵.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니, 가슴은 본래 두근거리니 지금은 격렬하게 요동친다고 해야 할까.
두려운 듯 곤란한 듯 흔들리는 로젤라인의 녹색 눈동자를 마주한 것만으로, 멜키오르의 가슴을 간질이던 감각이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