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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22.05.09 약 2.1만자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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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나한테도 굉장히 긴 겨울이 있었어요. 꽃이 피는데도 내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라서.”
“그런데 그거 알아? 아무리 느리게 와도 봄은 온다는 것.”
“그런 거죠? 느리게 와도 봄은 오는 거죠?”
 
인생에서 처음으로 절망을 경험하게 된 그 밤,
지훈은 한줄기 빛이 되어 준 여자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었다,
7년이 지난 어느 날 회사 로비에서.
유다혜.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녀보다
현재의 그녀에게 더 큰 호감과 호기심을 느끼게 된 지훈은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서고,
거지같은 이별의 기억으로 사람에 대해, 사랑에 대해 믿음을 잃어버린 채
혹독한 겨울 속에서 살고 있던 그녀는
눈물겹도록 완벽한 지훈의 사랑 덕분에 비로소 봄을 맞이하게 되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겨울이 길게 느껴진 적 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그 해에 그랬던 것 같아.”
무슨 말이냐는 듯 그녀가 지훈을 돌아봤다.
“거실 창 쪽에 할머니 의자가 있었어. 거기 앉아서 늘 밖을 내다보셨지. Y시에는 잠깐 내려가셨던 거야. 둘째 고모가 그곳에 계시는데 며칠 얼굴을 보고 오겠다고 가셨지.”
할머니는 두 다리로 움직일 수 있을 때 자식들이 사는 곳을 둘러보고 싶다고 하셨다. 둘째 고모가 사는 Y시에도 그렇게 내려가셨다.
할머니의 병환이 차츰 깊어 가고 있다는 걸 모르는 가족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아침에 주저앉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세끼 식사를 하시던 할머니가 쓰러진 그날, Y시에 있는 대학 병원의 의사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렸다. 사나흘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여든이 넘은 고령인데다 고열에 시달리는 할머니를 서울까지 모시고 오는 일은 불가능했다. 응급 헬기를 불사하려던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은 40년이 넘는 할머니의 주치의에 반대에 부딪혔다. 부득불 서울로 모셔 오는 일이 오히려 할머니의 남은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족 모두가 Y시로 내려갔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할머니의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유난히도 더웠던 그 여름…….
하지만 지훈이 기억하는 그 여름은 온통 하얀 눈에 뒤덮여 있었다. 앞치마를 두른 손으로 하얗고 고운 눈을 만들어내던 누군가로 인해.
“그해 겨울엔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의 빈 의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어. 아마 그때쯤 할머니의 죽음이 실감이 났던 것 같아. 부재라는 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잖아. 나중에는 고통스럽더라고. 이 겨울이 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어.”
“나한테도 굉장히 긴 겨울이 있었어요. 꽃이 피는데도 내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라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별것 아닌 이별이었다. 어쩌면 하찮기까지 한 이별이었던 것도 같다. 그런데 그 이별 때문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버거워지고 무서워졌다.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내고 멀어지는 사람의 등을 보면서, 자신의 가슴에 흉터를 남긴 홍상을 원망했다.
지훈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다혜가 말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되게 거지같은 이별을 했어요.”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거지같은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게 힘들어지더라고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실장님도 그런 이별 해 본 적 있어요?”
“이별은 아니어도 인간관계에서 그런 일을 겪은 적은 있어. 사람이 무서워지더군.”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이 사람도 나중에 그렇게 변하면 어떻게 하지, 그런 불신이…… 후우.”
다혜는 자신이 6년씩이나 그런 생각 속에서 헤맸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그녀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지훈이 말했다.
“세상에 거지같은 이별만 있진 않아. 어느 날 할머니가 앉아 계시던 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보는데 봄꽃이 한창인 거야. 그때 깨달았지, 느리게 와도 봄은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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