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주희는 하나밖에 없는 친구를 구하고 죽었다.
그대로 끝인 줄 알았는데 눈을 떠 보니 이름 한 줄 나오지 않는 엑스트라에 빙의했다.
엑스트라답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집 앞에서 거의 죽어 가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어쩔 수 없이 치료를 해 줬더니, 이 남자가 이 소설의 남주인공이란다.
심지어 여주인공이 받아야 할 사랑까지 주희에게 향해 버렸다.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아요? 알았으면 내 곁을 떠나지도 않았겠지.”
존재감 없는 엑스트라로 살고 싶었던 주희는 로웬의 사랑이 버거웠고 그래서 도망쳤다.
어차피 곧 있으면 여주인공이 나타날 테니 둘이서 알콩달콩 잘 살 줄 알았지만, 그건 주희의 착각이었다.
“제발 부탁이에요……. 내 곁에 있어 줘요, 주희. 싫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할지도 모르니까 내 곁에만 있어 주면 안 돼요?”
처음은 애원이었지만 끝은 협박이었다.
주희는 직감했다.
자신은 이 남자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자신이 어디를 가든 쫓아올 거라고.
* * *
“로웬, 설마…….”
“아무 데도 못 가요. 주희가 있을 곳은 내 옆이니까.”
주희의 동공이 잘게 흔들렸다. 팔찌를 하자마자, 몸 안에 있는 무언가가 꽉 막힌 느낌이 들었다. 주희는 그제야 팔찌에 걸린 마법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로웬이 쳐 놓은 덫에 꼼짝없이 걸려들고 만 것이었다.
“주희는 제 목숨인데 제가 보내 줄 리가 없잖아요.”
그가 팔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쥐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경건하게 입을 맞췄다.
그 순간, 보이지 않는 거미줄에 몸이 걸린 것 같아 주희는 숨이 막혔다. 주희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본 로웬이 그녀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힘을 빼게 했다.
“그러다가 피 나요.”
“이거 풀어요. 지금 당장.”
“그건 들어줄 수 없어요. 마법이 걸려 있어서 부술 수도 없고 오직 나만 풀 수 있어요.”
“…….”
“계속 내 곁에 있어 줘요.”
로웬이 달콤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