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한울그룹 주요 후계자 한태주와 친구로 지내온 지 3년.
“혜원아.”
“응?”
“도와줄까?”
천천히 일어선 그가 아일랜드 식탁을 돌아 그녀에게 걸어왔다. 다가오는 그를 보는 혜원의 눈동자가 파도에 일렁이듯 흔들렸다.
“네가 기억 못 하는 것들에 대해.”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쯤 오는 등받이를 잡으며 태주가 몸을 낮췄다.
그녀의 시선을 붙잡은 채 태주가 말했다.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걸 나만 알고 있으니까 얼마나 답답할까.”
그가 손끝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몸을 물리며 거리를 벌리려는 그녀의 등을 커다란 손이 받쳤다.
더 도망가지 못하게.
태주가 시선을 얽은 채 얼굴을 천천히 내렸다.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턱을 잡으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날과 입장이 바뀌긴 했지만.”
그 앞에서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모습에 잠재되어 있던 포식자가 서서히 기지개를 켰다.
“잘 기억해봐.”
천천히 먹잇감에 다가간 최상위 포식자가 날렵하게 몸을 날려 먹잇감의 목덜미를 단번에 물듯 혜원의 입술을 한입에 삼켜버렸다.
그녀를 꿰뚫는 강렬한 눈빛과 뜨거운 입술을 느끼는 순간 혜원은 낙인이 찍히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