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릴 때 흑막이 요양하던 시골 영지의 마을 주민으로 빙의했다.
엑스트라라서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흑막 로베르와 엮여 버렸다.
미래의 암흑가 수장이 되는 이 녀석과 가까이 지냈다간
남주에게 목이 뎅강 날아갈 게 뻔했으므로
어떻게든 거리를 두는 게 신상에 좋지만…….
모른 척하기에는 로베르의 불우한 유년 시절이 너무 안쓰러웠다.
“너두 내가 시로?”
“아, 아냐. 구롤 리가.”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묻는 말에 이젤린은 마구 손사래를 쳤다.
그때 그랬으면 안 됐다.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골목에서 로베르가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그에게서 위험하고도 위태로운 분위기가 풍겼다.
“내게서 벗어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왜 이래? 우린 친구잖아.”
“친구?”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매를 비틀었다.
웬만한 사람은 얼어붙게 만들 서늘한 미소였지만 이젤린에게는 소용없었다.
“밤에 무섭대서 토닥토닥 재워 주고, 과자 먹여 달래서 먹여 주고, 목욕까지 같이 하며 자란 사인데, 뭘 어째?”
“…….”
“뽀뽀해 달라고 조르던 시절을 잊은 거야?”
“또 졸라도 돼?”
“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잇새를 벌리고 들어오는 말캉한 혀의 감촉에 이젤린의 심장이 이상하게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