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동화 <아가씨와 장난감 병정>에 빙의해 버렸다.
당연히 내 남편은 백마 탄 왕자님이나 재력 빵빵한 공자님, 하다못해 잘생긴 푸줏간집 아들일 줄 알았는데…….
내 남편이 장난감 병정님이란다. 그 왜, 나무로 조각된 목각 인형-
“……아프면 말해요.”
다짜고짜 결혼 첫날밤, 생각보다 낮은 장난감 병정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앞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귓가에 맴돌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용기를 내서 꼭 감고 있었던 눈을 뜨자 달빛에 어렴풋한 모습이 비쳤다.
그 순간, 나는 숨을 멈추고 말았다.
곧게 뻗은 코, 다부진 턱, 모든 것이 조화롭게 빚어진 이목구비.
그리고 달빛을 받아 요염하게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칼.
장난감 병정의 모습은 사라지고 아득하게 아름다운 남자의 형상이 드러났다.
* * *
좋은 건 더 자주 보면 좋다고, 나는 장난감 병정님을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묘약을 만들었다.
그런데,
“넌 누구지?”
묘약을 마신 메이슨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이유로 내 옆에 있는 거야.”
서늘한 검기가 내 몸을 휘감았다.
“메, 메이슨……?”
“그딴 이름으로 부르지 마.”
미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렸다.
다신 되돌릴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