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를 생각한 적 있어?”
“......”
놈의 물음에 무엇 하나 제대로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
그대로 돌아섰다. 뒤에서 그 놈이 어떤 얼굴을 하고서 있는지 궁금했지만 절대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너 생각 많이 했었어.”
“...”
“그래도 우리 연애했었잖아.”
“...!...”
그 한 마디가 걸음을 멈추게 했다. 남재현의 말은 반은 사실이었고, 나머지 반은 진실이 아니었다. 그의 기억과 내 기억은 조금 다를 테니까. 입술이 무거웠다.
“사귀긴 했지. 근데 그게 연애라고 할 수 있어.”
힘겹게 한 마디씩 내뱉었다.
“그럼 그게 뭐였는데.”
놈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조금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어느새 놈과 나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단 한 번도 그 시간을 잊은 적 없었다. 그건 연애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와 사귄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연인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건 혼자 하는 연애였다. 한 마디로, 짝사랑.
“그냥 잠깐 스친 거지. 그거 나한테는 연애 아냐.”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
그 한 마디에 그놈의 얼굴은 싸늘하게 얼어붙었지만 나는 차분했다.
그대로 돌아서 걸었다. 놈과의 거리가 점점 더 벌어졌다. 내가 코너를 돌아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놈은 나를 부르거나 쫓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5년만의 재회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