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가상시대물, 판타지물, 서양풍, 궁정로맨스
전생/환생, 왕족/귀족, 오해
재회물, 첫사랑, 정략결혼
능력남, 능글남, 다정남, 유혹남, 짝사랑남
짝사랑녀, 동정녀, 순진녀, 털털녀, 쾌활발랄녀
달달물, 로맨틱코미디, 삽화
<책 소개>“……많이 취하신 것 같습니다. 휴게실에서 즐기시겠습니까?”
마리는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술에 취한 마리를 내려다본 청년은 침을 꼴깍 삼켰다. 힘없이 난간에 기댄 그녀는 무방비했다. 청년의 시선은 뜨거운 한숨을 흘리는 그녀의 입술에 쏟아졌고, 이어서 크게 파인 네크라인에 떨어졌다. 희고 부드러워 보이는 가슴을 본 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휴게를, 즐긴다……?”
쉬는 게 아니라 즐긴다고 한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의아해하며 청년을 바라본 마리는 흠칫 놀라 등을 곧게 폈다.
웃음을 머금은 청년이 마리의 허리를 정면에서 쓰다듬었기 때문이다. 에스코트에 익숙하지 않은 마리도 이건 그것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시금 청년을 본 마리는 그 눈동자가 열을 띠며 통상과는 다른 욕구에 물들었다는 걸 깨닫고 창백해졌다. 귀족들 사이에선 불장난도 사교 활동 중 하나인 걸까. 그는 왕녀인 마리에게 겁도 없이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자고 권하고 있다.
――거절해야 해.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리는 어떻게 말해야 이 자리에서 도망칠 수 있을지 몰랐다. 주위에 사람이 있으니 경솔하게 움직일 순 없다. 아나벨 왕녀답게 우아하게 거절해야만 한다.
생각하는 사이에도 청년은 유혹하듯 얼굴을 들이밀었다. 마리의 전신에 혐오감과 공포가 퍼졌다.
―― ……도망치고 싶어.
술이 오른 머리로는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마리는 뭐든 좋으니까 떨어지고 싶어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다리로 청년을 뿌리치려고 한 그녀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커다란 벽에 얼굴을 박았다.
“웁.”
“이런 곳에 있었어? 아나벨. 찾았잖아.”
그 목소리는 마리의 전신을 사로잡았던 혐오감과 공포를 단숨에 흩어 놓았다. 마리의 허리를 끌어당기고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을 다듬어 준 사람은 조금 심술궂고 미소가 다정한 약혼자―― 오스카였다.
군청색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려, 그 틈새로 보이는 보라색 눈동자는 감미롭게 휘어져 있다. 그의 귀를 장식하는 귀걸이도 마리를 껴안은 손에 끼워진 반지도 이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마도구. 검은 로브를 두른 마법사의 품이 주는 온기에 마리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안도하며 웃었다.
“오스카 님…… 오스카 님은, 로브 입은
모습이, 제일 멋있어…….”
취한 나머지 생각한 걸 그대로 입에 담은 마리의 눈꼬리를 오스카가 쓴웃음을 지으며 쓰다듬었다.
“술을 마셨나? 내 약혼자는 여전히 귀엽군.”
마리는 눈을 깜빡이며 뺨을 붉혔다. 약혼을 파기하길 원하는 그의 입에서 자신을 약혼자라고 가리키는 말이 나와 놀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무척 기뻤다. 죽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가 아니라, 가슴이 달콤한 색으로 물드는 듯한 기쁨으로 벅차올랐다.
마음이 술렁거리는 것에 당황한 마리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회장과 테라스를 가르는 입구에서 에이미를 발견했다.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마리를 바라보고 있다.
――혹시 에이미가 불러 준 걸까.
오스카는 조금 전까지 마리와 대화하던 청년에게 시선을 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웃 나라의 마법사입니다. 그녀는 저 말고는 알 예정이 없으니 아무쪼록 회장으로 돌아가시길.”
청년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마법사가 불편한 건지 안색이 나빠진 얼굴로 웃었다.
“――아뇨, 저는 그저 왕녀님을 간호해 드리려고…….”
오스카는 찬란하게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까? 남자의 손으로 왕녀님을 간호할 생각을 하시다니, 그것참 오만하시군요.”
너 따위가 왕녀를 간호해도 되는 줄 아냐는 뜻을 담아 웃는 얼굴과는 안 어울리게 차가운 목소리로 비난하자 청년은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그건…… 실례했습니다…….”
청년은 부리나케 그 자리를 떠났다. 오스카가 마리를 내려다보았다. 술에 취해 젖은 눈동자로 바라보는 마리를 향해 그는 한숨을 흘렸다.
“……술, 잘 못 마시지?”
“처음 마셨습니다. 맛있었어요.”
마리가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하자 오스카의 뺨이 조금 붉어졌다. 무의식중에 그의 허리께의 옷을 붙잡고 있던 마리의 손을 잡고 에이미를 돌아보았다.
“잠시 밤바람을 쐬게 하고 올 테니. 브래들리 전하께는 그렇게 전해 줄 수 있을까?”
“알겠습니다.”
에이미는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회장으로 돌아갔다.
* * *
가짜 왕녀, 첫사랑에 집착하는 왕자에게 휘둘리다?!
실종된 왕녀의 대역이 되어 마법 대국의 왕자 오스카와 정략결혼을 하라는 엄명을 받아 버린 빈곤한 백작가의 영애 마리는 오스카를 만나자마자 바로 약혼 파기 요청을 받게 된다!
얼마 뒤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그녀에게 다가오는 오스카.
그가 자신에게서 첫사랑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안 마리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정체를 위장한 채로 자신이 사랑에 빠져 버리다니…….
하지만 국가 간의 이권 쟁탈로 인해 결혼하면 오스카의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아 버리고…….
약혼자 대역으로서 온갖 수단으로 그를 자신의 포로로 만들려고 하지만
이권을 노린 음모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태는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쌍방 짝사랑 중인 약혼 파기의 행방은……?
가짜 왕녀와 마법사 왕자의 두근두근 러브 코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