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그는 인형이었다.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주인이 눈을 마주쳐주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그런 인형이었다.
그의 주인은 갓 태어난 병아리보다 더 노랗고, 봄비를 맞아
반짝이는 연한 연둣빛 잎보다 더 싱그러운 아주 작은 소녀였다.
소녀는 그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 투명하기만 한 그녀의 눈동자에는
그가 바라는 그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이제 그는 탈출을 꿈꾼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팔, 다리를 묶고,
빛나는 눈동자로 그의 눈을 고정시킨 채,
움직일 수 없는 인형으로 만들어버린 그녀에게서의 탈출을…….
정연주(로코)의 로맨스 장편 소설 『내 작은 마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