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강현은 집안을 망하게 하고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수 서 사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딸 해인을 제물로 선택한다. 착착 모든 게 계획대로 이뤄지고, 마침내 강현은 서 사장을 파멸로 몰아가는 것은 물론 해인마저 잔인하게 능욕하고 내버린다. 사랑의 감정은 거짓이었으며 완벽하게 의도된 게임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믿었다.
해인은 간신히 고개를 뒤로 젖히고 강현을 올려다보았다. 냉정한 눈길로 자신을 응시하며 술잔을 비워내는 그를 보자 그녀의 눈동자가 고통으로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었나요?”
최후라 생각하기에,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기에 눈물 흥건한 얼굴을 하고도 확인이 필요했다. 그러나 강현은 역시나 그녀의 힘겨운 물음을 부질없고 하찮게 짓밟았다.
“딱하군, 딱해. 또 시작이야? 거짓말이라도 해 주길 바라? 사실은 미치게 좋았는데, 떼어 내려니 죽을 맛이라고? 근데, 어쩌나. 지금은 거짓말이 안 나오니 말이야. 넌 내게 완벽한 먹잇감, 그 외엔 무엇도 아니었어.”
“당신…… 하늘이 내게 준 선물인 줄 알았어요.”
“뭐?”
모기소리처럼 가느다랗게 내는 혼잣말에 강현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지만 해인은 멍하니 시선을 들어 고집스럽게 다시 대답을 요구했다.
“우리가 나눴던 것은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요?”
“우리가 뭘 나눴어? 아, 네 몸뚱이 하나는 훌륭하더군. 게다가 넌 참 쉬웠어. 하하하하.”
그가 웃기 시작했다. 지독한 코미디라도 보고 있는 양 가슴까지 들썩이며 기괴한 웃음소리를 끌어올렸다. 해인은 자지러지게 살갗을 쓸어 대는 느낌에 몸서리를 냈다.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난 지 몰랐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비틀비틀 다가가 그의 뺨을 철썩, 올려붙였다.
“뭐하는 짓이야!”
강현이 무섭게 소리 지르며 그녀를 쥐고 흔들었다. 한 손으로 가느다란 목을 움켜잡고, 나머지 한 손으론 뼈대까지 조이게 팔을 잡아챈 모양이 금세라도 극단의 위해가 가해질 태세였다. 하지만 해인은 두려움 없는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오히려 그가 멈칫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충격과 혼란으로 잠시 멍해진 그에게서 가만히 몸을 뺐다.
한 발짝, 두 발짝 뒷걸음치는 동작에는 공포가 들어 있지 않았다. 해인은 생기 없는 시선, 텅 빈 눈동자로 처연히 강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죄, 죽어서 가마솥에 삶아져야 한다면…… 할게요, 내가…….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수억 년을 태워져야 한다면…… 그것도 할게요. 하지만……, 현세에선 안 할 거예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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