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올해 S대 법학과에 합격한, 개천에서 난 이른 바 ‘용’인 봉룡의 꿈은
코맹맹이 애교 만점 서울 부잣집 여자랑 결혼하는 것!
하지만 칠레 대사 딸이라는 얼굴 하얀 퀸카, 우성희.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은데…….
“쟤가 그 퀸카라는 애냐?”
“으메 으짜까, 오지게 맛있다잉. 어쩐다냐잉?”
어느 순간, 성희가 종이컵에 담긴 막걸리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출신과 조건을 따져가며 야망을 이루려고 사람을 사귀는 사람.
그런 사람은 나도 싫어. 나도 조건을 따질 수 있어.
너만 눈 있냐 나도 눈 있고 나도 사람 고를 줄 안다.
사람을 불건 고르듯한 눈을 하고 보는 거 얼마나 기분 나쁜 줄 알아?
“니 두고 봐! 니 보란 듯이 성공해서 옥과 촌년이 얼마나 잘사는지 보여줄 테니,
잘 처먹고 잘 살라고! 이 나쁜 놈아! 이 나쁜 새끼야―!”
부르르 두 주먹 불끈 쥐고 성희가 젖 먹던 힘까지 다 해 빼액 소리를 질렀다.
떠나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떠나도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그래야 내가 찾아갈 수 있지 않느냐고, 또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남자는 심장이 멎을 것 같은 한숨으로 목구멍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
커다란 덩어리를 힘겹게 삼키고 나서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미안하다.”
그저 나직하게 내뱉을 수 있는 오직 그 한마디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