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한국낭자 율이, 정열적인 스페인 남자 리카르도의 입에 산낙지를 물리다.
겉으로는 일부러 피곤한 척, 바쁜 척하며 그녀에게 내일 가자고 극구 사양을 하며 거절했으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가장을 하며 따라간 음식점에서 그녀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렀다.
접시 안에는 난생처음 보는 살아있는 연체동물들이 흐느적거리며 서로 뒤엉킨 채 꼼지락꼼지락 빨판이 가득한 발들을 접시 밖으로 내미는 게, 보기만 해도 식욕이 싸악 달아날 지경이었다.
시큼한 냄새에 피처럼 붉은 초고추장과 더불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세발낙지는 그에겐 참 버거운 음식이었다.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지는 리카르도를 지켜본 율이는 처음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자, 어서 먹지 않고 뭐해요? 음식은 싱싱할 때 먹는 게 제 맛이에요.”
그러면서 그녀는 그가 아연실색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에게 억지로 그 음식을 권했다.
그녀가 그 몰래 핸드폰 인터넷 검색으로 나온 ‘외국인이 혐오하는 한국음식’
중 영예의 1위를 차지한 산낙지를 선택한 것은 확실히 그녀의 전과 중 가장 큰 성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