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좌우지간 모든 것이 다 어렵고 고달픈 시기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도통 감조차 잡을 수 없고, 생각하면 할수록 골치만 자꾸 욱신거린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어쩌면 나는 바로 이런 때를 노려왔는지도 모른다.
이유는 오직 하나, 난세(亂世)를 호기 삼아 어디선가 불쑥 머리를 내미는 효웅(梟雄)이 있듯, 나 또한 그와 몹시 유사한 꿍심을 가슴 저 깊은 곳에 감춰두고 있었으니까.
바꿔 말하자면 지금처럼 좋은 시기도 없다는 말이 된다.
그 이유를 구구절절 여기서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어쨌거나, 앞서 말한 의미에서 볼 때 어쩌면 나는 철저한 속물(俗物)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속물이기에 더욱 사랑 받는 고철장수이고 싶다.
언제 어디서, 누구의 입에서 나오던 간에 아낌없이 쏟아져 나오는 꽃다발 같은 칭찬과 사랑 속의 본 공저자이고 싶은 것이다.
서서히, 불꽃같은 야심과 자신을 가졌으되 결코 서두름 없이 차근차근 한 계단씩 밟아 갈 것이다.
〈사후천자(四后天子)!〉
은근한 꿍심을 품었기에 더욱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선보이려 하는 사후천자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사내 하나와 계집 네 명이 연출해 나갈 이야기이다.
자, 이젠 더 떠들 것도 없고 망설일 필요도 없다.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고 생각한다면 지체없이 다음 장을 넘겨보는 거다.
화창한 봄날
고월/상관월 驚拜
<맛보기>
봄.
따사로운 양광(陽光) 아래 꽃 내음 실은 훈풍이 불어온다.
이름 모를 산새들의 재잘거림이 있고, 눈 녹아 흐르는 맑은 개울물 소리가 있어 봄은 좋다.
서량산(西梁山).
멀리 천년고도 금릉(金陵=남경)을 굽어보며 병풍처럼 펼쳐진 대산(大山).
그리 높은 편은 아니나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산세는 장쾌하기 이를 데 없다.
서량산에도 봄이 왔다.
뽀르르르… 뿅뿅!
졸졸졸…….
蒼蒼無上天
浮雲終日行
天下遊一浪
其心如蒼天
푸르고 푸른 하늘은 끝이 없는데,
부운(浮雲)은 종일토록 흘러만 간다.
하늘 아래 한 사람 나그네,
그 마음은 창천(蒼天)을 닮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