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고독사신(孤獨死神) 철무독(鐵無禿)!
그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전무(全無).
오로지 상식에서벗어난 파행(破行)과 칙칙한 철부(鐵斧)에서 뿜어내는 죽음의 혈향(血香)만이 전부인 일인전투군단(一人戰鬪軍團).
한 마리 고독한 늑대 철무독! 세상은 그 앞에서 비명을지르며 전율한다.
꽃을 가꾸며 가난하게 살고자 했던 소박한 꿈.
그러나 어린 누이의 죽음은 또다시 그를 미치게 한다.
추악한 세상에 던지는 철부(鐵斧)의 심판.
위선자들을 향한 거침없는 응징.
<맛보기>
* 序幕 흑막(黑幕)의 삼색수(三色手)
혼란(昏亂)이라 함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하나의 그릇에 담고 흔들어 댄다면…. 온갖 형형색색(形形色色)이 하나가 되어 진실(眞實)과 허위(虛僞), 깨끗함과 더러움조차 제 본색(本色)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마법(魔法)의 그릇이 바로 혼란이다.
태평성대(太平聖代)엔 모든 것이 확연하다.
앞뒤의 서열(序列)이 확실하고, 흑백(黑白)의 선명함이 분명하며, 현인(賢人)들의 예측이 성망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人間)이다.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라 일컬어지거니와, 단순히 선인(善人)과 악인(惡人)으로의 구분이 참으로 모호한 것이 바로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본질(本質)임은 주지의 사실이 아니겠는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윤회(輪廻)는 다른 동물들과 하등의 차이가 없지만, 꿈을 꾸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영장류(靈長類)의 복잡한 혼란성은 그대로 역사(歷史)의 흐름 속에 녹아들어 있다.
"선악(善惡)의 뿌리가 모든 인간의 심성에 박혀 있음은 아주 재미있는 사실이지요."
백옥(白玉)을 곱게 갈아 조각한 듯한 아름다운 소수(素手)의 주인이 고혹적인 음성으로 말했다.
그 말을 받는 또 다른 손이 있었다.
일륜(日輪)의 광휘스러움이 배여 있는 듯한 황금의 손(黃金手)이 가볍게 탁자를 두드린다.
"똑같은 조건에서 태어나고, 같은 환경에서 자란다 해도 인간의 심성이 똑같지 않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것이거늘…. 무엇이 새삼스럽다는 것이오?"
황금수의 건너편에서 을씨년스런 검은 손(黑手)이 스물스물 기어나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중대한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人間)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야! 어떤 인간이라 할지라도……."
흡사 북망산(北邙山)에서 불어 오는 귀풍(鬼風)과도 같이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거친 떨림음 속엔 사악한 악마의 숨결이 일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