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것에 대해 아는 자 누구도 없다.
가장 높다는 하늘에 구멍을 뚫고
더더욱 높은 곳으로 오르니 이는 우주를 말함이다.
천궁혈.
인간으로서 신이 되고자 하는 자들이 모인 곳.
신에 대한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위대한 비성.
인간의 몸을 빌어 태어났으되 자신의 영달이 아닌
세상을 위해 살아가야할 업을 지닌 자들.
어느날.
이 위대한 성역에 절대자의 명에 의해
새로운 주인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폭풍의 시작이었다.
<맛보기>
* 서장
이름도 알 수 없는 남해(南海) 무인도(無人島).
흔히, 안개섬(霧島)이라 불리우는 이곳은 이름 그대로 일년 열두달 늘 귀신도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는 안개에 싸인 섬이다. 게다가, 무도 주변 백여 해리는 창끝같이 날카로운 암초(暗礁)가 흡사 악마의 이빨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었다.
어디 그 뿐인가? 산더미처럼 덮쳐드는 파도, 위를 지나는 기러기조차 빨아들이는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소용돌이, 그야말로 배는 커녕 물고기조차 살아날 수 없는 험악한 곳이다. 이곳을 지나치는 배들은 무도 일대를 죽음의 바다라고 부르니...... 뱃사람들은 수만 해리(海里)를 돌아갈 지언정 절대 무도 인근 바다로 배를 몰지 않는다.
꽝! 꽈르르릉!
쏴아아 쏴아아아!
대해(大海)가 미쳤다.
무려 한 달에 걸친 태풍(颱風)과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장대같은 폭우(暴雨)...... 거기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暗黑)의 바다...... 바다가 악마로 변했다.
꽝! 꽈르릉!
쏴아아아아 쏴아아아!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긋지긋하던 대해는 잠자는 미녀처럼 고요 속에 묻혔다. 한 달 만에 배를 띄운 어부들은 조용히 잠든 바다 위를 노닌다.
태풍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어느 여름날, 무도에 햇살이 쨍쨍 내리비치고 있었다. 무도 주위 수십 해리는 여전히 안개와 구름에 싸여 있었지만 그 속은 흡사 무릉도원(武陵桃源)처럼 아늑하고 평화로왔다.
무도의 동쪽 해안(海岸),
은빛으로 반짝이는 모래사장 위에 보기에도 참혹한 광경이 널려 있었다. 산산이 깨지고 부서져 버린 커다란 범선(帆船)의 잔해(殘骸)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시신들과 찢겨진 육신들......
난파선(難破船).
미친 듯 광란하는 태풍의 먹이가 된 거대한 범선은 마치 다먹은 생선 뼈마냥 앙상한 몰골만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