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혈륜공자』에서는 마도(魔道)에 선 한 인물을 그렸다.
어째서 마도 쪽이냐 하면 주인공의 운명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가 만일 정도 출신이었다면 정도를 수호하기 위한 일생을 살게 되었을 것이다.
무협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항상 정도가 승리하는 소설을 읽게 된다. 여기서 어째서 마도가 존재할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 독자도 있을 것이다. 마도는 분명 나쁜 쪽이며 사악한 집단이다. 그런데 어째서 스스로 손가락질 받는 마도의 길을 평생 걷는지 의문이 남게 된다.
의외로 그 답은 간단할 수도 있다. 인간은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도는 마도대로 자신의 길이 최선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아름답다. 길이 다르면 협상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영원한 평행선을 가는 것이 협상의 대안은 되지 못한다. 어차피 하나의 길만이 주어진다면 부딪치게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혈륜공자』는 선렬한 혈세무림의 세계를 그린 대하소설이다. 5권의 분량이 말하듯 수많은 등장인물과 사건이 난비한다. 다소 어지러울 정도의 복선(伏線)이 깔려 있고 의외의 결말도 도출될 것이다.
참고로 무협소설로는 처음으로 본문에 주(註)를 달아 감상의 편리를 도모하고 동양문화의 편린을 엿볼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였음을 밝혀 둔다.
<맛보기>
서 장
끝없이 돌고 도는 무림(武林)의 역사는 피의 수레바퀴(血輪)로도 비유된다.
밤 하늘의 숱한 성좌(星座)처럼 무림의 기인고수(奇人高手)와 초강문파(超强門派)들은 풍진에 파묻히며 명멸해 가는 것이다.
점점이 피로 얼룩진 대무림사(大武林史).
무림 역사상 가장 강한 문파는 어느 문파인가?
이런 질문은 사실 어리석은 질문일 수 있다. 명멸하는 대무림사에서 초강문파를 꼽는다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
그러나 굳이 꼽아보자면 무림인들은 누구나 세 문파를 꼽을 것이다.
- 기환궁(奇幻宮).
- 금궁지부(禁宮之府).
- 대마성(大魔城).
이 세 문파는 시대연월(時代年月)을 달리하여 나타났지만 한결같이 무림사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 단연 이 삼파(三派)야말로 무림사상 가장 강한 문파라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기환궁(奇幻宮).
일천 오백 년 전 무림사의 시작과 함께 나타났다가 온갖 신비 속에 파묻혀 사라져간 문파가 바로 기환궁이다.
기환궁은 고대에서 당금에 이르기까지 천하의 모든 마공(魔功)의 근원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