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백병지왕(百兵之王) 검(劍)
검이란 강호무림(江湖武林)의 상징이며,
무사들은 검 아래
고혼(孤魂)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철검무정(鐵劍無情)
강호의 율법(律法)이고, 천하 모든 무사들에게는 목숨보다도
귀중한 가치(價値)이다.
검을 쥔 자는 무정해야 한다.
무정하지 못한다면 상대의 검이 나의 목을 잘라버릴 테니까!
여기, 하나의 검(劍)이 있다.
아니, 그것은 아직 하나의 검이 되지 못한 물건이었다.
아니, 그것은 검(劍)이 되고 싶지 않은 검(劍)이었다.
뜨겁고 비릿한 선혈(鮮血)을 바르고 싶지 않았기에…
검은 검이 되고 싶지 않았고, 세월(歲月)은, 그리고 빌어먹을
운명(運命)은 그것을 검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제 시작이 된다.
검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검의 이야기가!
<맛보기>
* 序史 구중천(九重天)… 운명(運命)은 시작되다
①
그 날, 경사부(京師府)의 하늘은 늦가을답지 않은 질풍뇌우(疾風雷雨)에 유린되고 있었다.
사위(四圍)는 먹물을 뿌린 듯이 시커맸으며, 세인(世人)들이 구중천(九重天)이라 부르는 그 곳으로 이르는 길은 모두 차단이 되었다.
대내시위부(對內侍衛府)의 전 고수자(高手者)들이 칠야( 夜)의 거대(巨大) 성(城)을 엄밀히 포위하였으되, 구천칠백(九千七百)에 달하는 오색시위대(五色侍衛隊)의 시위무사 가운데 이 밤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뇌(雷)가 하늘을 가르고, 우(雨)가 자야(子夜)를 유린하는 겁야(劫夜).
구월(九月) 삼십 일(日), 바로 그 날.
환우천하( 宇天下)와 이십팔만 리(里) 강호천하(江湖天下)의 진정한 대세를 좌지우지할 대사건이 그 곳에서 벌어진다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진행이 되었다.
그러나 기억해야만 한다.
이 날, 우레가 구중천을 갈가리 찢어발기는 듯 광란의 자시(子時)에 벌어졌던 하나의 회합을!
천하에서 가장 격렬한 운명(運命)의 기록이 시작되고, 그것은 단 한 글자도 기록되지 않고 지워져 버렸다는 것을…….
바로 자금성(紫禁城)에서.
②
너무나도 너른 대리석전(大理石殿)이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십 장(丈)도 넘어 보이며, 천장에 박히어 있는 여든한 개의 용봉야광벽(龍鳳夜光壁)이 암흑을 대낮처럼 밝히고 있었다.
너무나도 너른 대전.
그 곳으로 출입하는 통로는 모조리 폐쇄가 된 상태였다.
또한 대리석전의 창(窓)이란 창은 십여 겹의 휘장에 의해 감추어졌으며, 그로 인해 외부에서 어떠한 수단을 쓴다 하더라도 대리석전 안의 동정을 살필 수 없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