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십 년 전, 천하무림이 마접(魔蝶)에게 유린당했을
때, 무림십검은 힘을 모아 마접을 무너뜨렸다. 피에
굶주린 마접을 제압한 후, 그들은 하나의 맹세와 함께
중악 태실봉 위에 대무림탑을 세웠다.
- 이제 누구도 군림천하(君臨天下) 못하리라.
그 장엄한 글귀는 그때 쓰여진 것이었다. 다시는 마접
과 같은 악마에게 유린당하지 않기 위하여, 다시는 무
림천하가 일인이건 일파건 누구에게도 굴복당하지 않
기 위하여.
<일인(一人)이건 일파(一派)건 불취대천하(不取大天
下)!>
그런데 어이하겠는가! 그 글씨가 바로 대천하에 군림
하고 있는 것을…….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온다. 온 천하를 뒤흔들고
삼라만상을 날려 버릴 듯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風)… 그리고 구름(雲)이…….
휘이이-잉-! 이제 대무림탑의 모습은 없었다. 일진
풍(一陣風)과 더불어 일어난 흑무(黑霧)가 모든 것을
가려 버리는 것이었다.
<맛보기>
* 서막
대무림탑(大武林塔)의 서(序)
중악(中嶽) 숭산(嵩山)의 태실봉(太室峰) 위, 장검(長劍)이 바로 선 듯 하늘마저 찌를 듯한 첨각(尖角)의 산정(山頂).
백운(白雲)이 거기 닿아 반으로 나뉘어지는 듯, 장엄한 산세(山勢)가 천지신명(天地神明)마저도 눈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다.
신원(神猿)도 기어오르지 못할 미끄러운 암벽(岩壁), 까마득히 높은 벼랑 위.
탑(塔). 거대한 철탑 하나가 웅자(雄姿)를 과시하고 있었다. 삼라만상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듯한 거대한 철탑.
아니, 그것은 탑이 아니라 하늘(天)이었다. 바로 전무림(全武林)의 하늘!
그것은 신성(神聖)의 화신(化身)이었고 무림천하(武林天下)의 상징이었다.
무림의 하늘! 누가 감히 그 탑을 간과할 수 있겠는가!
세워진 지 수십 년도 더 되어 보이는 철탑. 그 세월을 말해 주듯 탑신(塔身)에는 이끼가 끼여 있다. 언제나 흑운(黑雲)에 잠겨 제 모습을 잘 보여 주지 않는 신비한 탑.
<대무림탑(大武林塔)>
현존(現存)하는 무림의 전설(傳說). 바로 그것이 있었기에 무림이 장엄하지 않겠는가!
휘이이-잉-! 선풍(旋風)이 일어난다. 모든 것이 흔들리는데, 대무림탑만은 오만하게도 모든 것을 조롱하듯 우뚝 서 있었다. 육중한 자세, 살아 눈을 부릅뜨고 있는 듯한 거대한 탑의 형용!
절벽에 쓰인 단서(丹書)를 보면 그 모습이 그렇게 위대해 보이는 이유를 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