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혈탑(血塔)―.
피로 자라난 악마의 대지.
수백 년간 이어지던 백도의 전통이 일거에 허물어진다.
구르는 혈겁을 막을 자 누구인가…….
상관안.
그는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태어났다.
영약의 도움이 없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는 병약한 신
체. 뇌리에 백만 권의 장서를 보관한다 해도 목숨을 연장시킬 수 없다.
어느 날 우연히 찾아든 천재일우의 기회.
참극 뒤에 찾아온 한 번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 그러나 노력하는 자만이 그 결과를 얻는 법이다.
<맛보기>
검주(黔州).
중원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
인심이 후덕해 밤이라 해도 대문을 잠그고 살 필요가 없고, 농토가 비옥하고 호소(湖沼)와 하천(河川)에는 고기가 많아 가난의 그늘이 드리워지지 않는 곳이다.
검주란 곧 사천(四川) 팽수현(彭水縣)을 말한다.
호북(湖北)의 서남부(西南部), 사천의 동남부(東南部), 그리고 귀주(貴州)의 북부지역으로 이루어지는 검중도(黔中道)에서 노른자위가 되는 곳이 바로 검주였다.
북주(北周) 때부터 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수(隋), 당(唐) 시절에는 거대한 촌락을 형성한 곳이기도 하다.
오강(烏江)의 하류라 할 수 있는 검강(黔江)의 푸른 물줄기에 둘러싸인 곳.
오십여덟 개의 구비를 갖고 있다는 검강의 아름다움은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의 입에 즐겨 오르내리곤 했다.
일대에 낙향한 문사들의 한거가 즐비한 까닭은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세외선경(世外仙景)을 굳이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는 검주의 한가로운 죽림(竹林) 안이었다.
삼경(三更).
하루 중 가장 적요한 시각이다. 삼라만상(森羅萬像)이 고요히 잠들어 있고, 만천성광(滿天星光)이 어머니의 눈빛같이 자비스럽고, 정인(情人)의 뺨같이 아름답게 보였다.
달빛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의 적막 가운데 돌연.
"흐으으윽……!"
죽엽(竹葉)을 휘말아 올리는 광풍과도 같이 돌연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아……!"
단말마(斷末魔)의 비명.
가히 성월(星月)의 빛을 흐리게 할 만한 처절한 비명 소리였다.
"으흐… 흐윽……!"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어찌 들으면 야차(夜叉)의 포효성 같기도 한 소리가 죽림의 정적을 깨뜨릴 때였다.
"여…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