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따금 떠올리려 애쓰는 것이 있다.
언제나처럼, 짙푸른 녹음 속에 선연한 붉은 옷의 그녀에게 묻는다.
우리 일족에게 있어서 …목숨을 건다는 말의 의미는 뭐지요?
당신만이 내게 말해줄 수 있어요. 대답 대신 그녀는 눈물을
섞어 미소짓기만 한다. …말해줘요. 아샤. …그녀가 대답한다.
바람에 나부끼는 그녀의 머리칼만큼이나 가냘픈 대답.
훝날리는 꽃잎 속으로 흩어지는 그녀의 목소리. 천천히 눈을 뜬다.
그리고 나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전대에는 파괴신. 후대에는 마왕 중의 마왕.
셀 수 없는 수많은 이름이 있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